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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가장 무더운 시기, 동아시아 세 나라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더위에 맞선다. 한국은 뜨거운 삼계탕으로, 일본은 장어 덮밥으로, 중국은 절기마다 다른 음식으로 기력을 보충한다. 같은 더위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여름을 버텨온 세 나라의 보양식 문화를 들여다본다.
삼복(三伏)의 기원은 기원전 676년 중국 진나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진덕공이 세 번에 걸쳐 제사를 지내고 백성에게 고기를 나눠주었다는 기록이 삼복의 시초로 전해진다. 양의 기운이 가장 강한 여름, 그 더위에 눌린 기운을 회복하기 위해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다는 개념이 이후 한국·일본·중국으로 퍼지며 각 나라의 문화와 결합해 서로 다른 모습으로 자리잡았다.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지만 세 나라의 여름 보양식은 재료도, 형태도, 먹는 방식도 전혀 다르다.
한국의 여름 보양식 문화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더위를 뜨거운 음식으로 다스린다는 역설적인 발상이다. 하지 이후 세 번째 경일인 초복, 네 번째 경일인 중복, 입추 이후 첫 경일인 말복, 이 삼복 기간 동안 한국인들은 뜨거운 보양식 한 그릇으로 여름을 난다.

오늘날 한국 복날의 상징이 된 삼계탕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복날에 삼계탕을 먹는 문화는 1960년대 이후에 정착된 것으로 본다. 조선시대 서민들은 복날 개장국(보신탕)을, 양반들은 쇠고기를 넣은 육개장을 즐겨 먹었다. 삼계탕의 원형인 닭백숙에 인삼을 넣는 방식이 일제강점기 부유층에서 시작되어 1950년대를 거쳐 대중화된 것이 지금의 삼계탕 문화다. 어린 닭 한 마리에 인삼·찹쌀·대추·마늘·생강을 넣고 오래 고아낸 삼계탕은 단백질과 한방 재료가 결합한 한국 고유의 여름 영양식이다.
삼계탕 외에도 민물장어구이, 전복죽, 추어탕 등이 한국의 대표 여름 보양식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삼계탕을 응용한 닭한마리, 옻닭, 오골계탕 등 다양한 변형이 등장하며 복날 보양식 문화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복날이면 삼계탕 전문점 앞에 긴 줄이 늘어서는 풍경은 한국의 여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다. 일본 출신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국 최고의 음식”으로 극찬한 것도 삼계탕이었다.
일본에는 한국의 복날과 비슷한 개념인 ‘도요노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가 있다. 토용(土用)은 계절이 바뀌는 시기를 뜻하며, 이 중 입추 18일 전부터 입추까지의 기간에 十二支 중 소(丑)에 해당하는 날이 도요노우시노히다. 이날 일본인들은 우나기(うなぎ, 민물장어)를 먹는 전통이 있다.

장어를 여름에 먹는 풍습은 에도 시대부터 시작됐다. 당시 여름에 장어가 팔리지 않아 고민하던 가게 주인이 유명 학자 히라가 겐나이에게 조언을 구했고, 겐나이는 “오늘은 도요노우시노히”라는 문구를 가게 앞에 붙이도록 제안했다. 이것이 크게 히트하면서 도요노우시노히에 장어를 먹는 전통이 탄생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일종의 에도 시대판 마케팅이 수백 년의 전통으로 굳어진 셈이다.
오늘날 도요노우시노히에는 일본 전역의 슈퍼마켓과 편의점이 우나기 제품으로 가득 차고, 장어 전문점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선다. 우나기를 달콤한 타레 소스에 재워 숯불에 구운 뒤 밥 위에 올린 우나동(うな丼) 혹은 우나주(うな重)는 비타민 A·B·D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여름 기력 회복에 실질적으로 효과적이라는 것이 현대 영양학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다만 최근 민물장어 자원 감소로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도요노우시노히 문화가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삼복의 발상지인 중국에서는 한국·일본과 달리 복날마다 다른 음식을 먹는 세분화된 전통이 남아 있다. 초복에는 만두(餃子, 지아오즈), 중복에는 면 요리, 말복에는 밀전병에 달걀을 부쳐 먹는 라오빙탄지딴(烙餅攤雞蛋)을 먹는 것이 북부 중국의 전통이다. 이 세 가지 음식 모두 밀가루를 기반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더운 여름에 소화가 쉬운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으로 기력을 보충한다는 북부 중국의 식문화를 반영한다.
광둥을 비롯한 남부 중국에서는 약재를 활용한 약선(藥膳) 요리가 여름 보양식의 중심을 이룬다. 구기자·당귀·황기 같은 한방 재료를 고기나 닭과 함께 끓인 탕이 여름 보양식으로 자리잡았는데, 이는 한국의 삼계탕과 발상이 가장 가깝다. 중국 광둥식 보양탕은 재료 구성이 수십 가지에 달할 만큼 약재 활용이 정교하며, 사계절 내내 먹는 일상적인 건강 음식으로 발전해 있다.

한국의 삼계탕, 일본의 우나기, 중국의 복날 음식은 모두 같은 동아시아의 여름에서 탄생했지만 그 방식은 전혀 다르다. 한국은 닭과 인삼을 함께 끓여 뜨거운 국물로, 일본은 고소한 타레 소스를 바른 장어구이로, 중국은 절기마다 다른 음식을 세분화해서 여름 더위에 맞선다. 방법은 달라도 목적은 하나다. 가장 무더운 시간을 음식의 힘으로 넘기는 것. 수천 년 전 조상들이 찾아낸 이 지혜가 지금도 매년 여름 세 나라의 식탁에서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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