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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프랑스 남부 해안 도시 칸에서는 세계 영화인이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가 열린다. 황금종려상을 향한 경쟁만큼이나 이 도시 자체가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는 칸 영화제, 그 구조와 의미를 살펴본다.
칸 국제영화제는 베니스·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지만,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한다. 1946년 첫 회를 연 이래 매년 5월 프랑스 코트다쥐르 해안의 크루아제트 거리를 중심으로 열리며, 3,000편 이상의 영화가 상영되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 축제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흥행과 대중성을 중시하는 분위기라면, 칸은 작가주의와 예술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상업 자본의 입김이 닿기 어려운 독립적인 심사 구조 덕분에 신예 감독과 비주류 영화가 세계 무대에 설 기회를 얻는 곳이기도 하다.
칸의 핵심은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루는 경쟁 부문(In Competition)이다. 매년 약 20편 안팎의 초청작만이 이 무대에 오르며, 황금종려상 외에도 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상, 감독상, 각본상, 남녀 주연상 등이 시상된다. 경쟁 부문 외에도 신진 작가의 작품을 조명하는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받은 작품을 상영하는 비경쟁 부문, 프랑스 감독조합이 1969년부터 운영해온 독립 섹션 ‘감독주간’, 영화학교 학생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라 시네프’ 등 다양한 섹션이 동시에 진행된다. 어떤 섹션에 초청되느냐만으로도 감독의 국제적 위상이 달라질 만큼 칸의 선택은 영화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관련글: 세계 3대 영화제 비교 — 칸·베니스·베를린]

한국 영화가 칸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이다. 이창동 감독이 2010년 <시>로 각본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기생충은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 4관왕을 달성하며 칸 황금종려상이 세계 영화 시장에서 갖는 무게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2022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감독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의 칸 수상 계보를 이었다.
2026년 제79회 칸 영화제는 한국 영화에 또 다른 의미를 갖는 해이다. 박찬욱 감독이 한국인 최초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았으며,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다. <곡성> 이후 10년 만의 나홍진 신작인 데다 황정민·조인성·정호연·마이클 패스벤더·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한국과 할리우드 배우가 함께 출연하는 이례적인 구성으로 국내외 영화팬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이다. 연상호 감독의 <군체>는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정주리 감독의 <도라>는 감독주간 섹션에 각각 이름을 올려 올해 칸의 중심 키워드가 한국임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칸의 레드카펫은 단순한 행사장이 아니다. 크루아제트 거리를 가득 메우는 영화 관계자와 팬들, 팔레 드 페스티발 앞에 펼쳐지는 레드카펫은 매년 전 세계 미디어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문화 이벤트 자체가 된다. 영화제 기간 동안 전 세계 배급사들이 모여 판권 계약을 체결하는 칸 영화 마켓은 영화 산업의 흐름을 결정짓는 비즈니스 현장이기도 하다. 칸에서 초청장을 받는다는 것은 곧 전 세계 관객과 만날 기회를 얻는다는 의미이며, 한국 영화가 칸과 쌓아온 인연은 그 자체가 한국 영화 산업이 걸어온 궤적을 보여주는 지도이다.
[관련글: 오스카 시상식이란 — 아카데미와 칸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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