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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 세계 곳곳에서는 더위를 즐기는 방식이 터져 나온다. 진흙 속에 뛰어들고, 토마토를 던지고, 밤하늘에 불꽃을 쏘아 올린다. 나라마다 다른 여름 축제의 언어를 한자리에서 비교해본다.
여름은 오래전부터 축제의 계절이었다. 낮이 가장 길고 기온이 높은 이 계절에 인류는 신에게 제사를 올리고, 수확을 기원하고, 함께 먹고 마시며 공동체의 유대를 확인했다. 현대의 여름 축제는 형태가 달라졌지만 그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일상에서 벗어나 타인과 감정을 나누고, 억눌렸던 에너지를 한꺼번에 터뜨리는 경험. 세계 각지의 여름 축제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목적을 향하고 있는 이유다.
[관련글: 세계의 바캉스 문화 — 프랑스·스페인·일본·한국은 여름을 어떻게 보내나]
충남 보령의 보령머드축제는 1998년 지역 특산물인 천연 머드를 알리기 위해 시작된 행사다. 미네랄과 게르마늄이 풍부한 보령 갯벌 머드가 피부 미용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시작했고, 지금은 매년 수백만 명이 찾는 한국 대표 여름 글로벌 축제로 성장했다. 올해 제29회를 맞이한 보령머드축제는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대천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린다.
보령머드축제의 가장 큰 강점은 언어 장벽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진흙 속에 뛰어드는 순간 국적과 나이의 경계가 사라진다. 머드체험존·패밀리존·워터파크존으로 나뉜 낮의 체험 프로그램과 K-POP 공연·드론 라이트쇼·해상 불꽃쇼가 이어지는 밤의 공연이 결합된 구성은 보령만의 독자적인 축제 언어를 만들어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글로벌 축제로 선정되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집중 지원을 받고 있다.

라 토마티나(La Tomatina)는 스페인 발렌시아주 부뇰에서 매년 8월 마지막 수요일에 열리는 토마토 축제다. 1945년 민속 축제 도중 청소년들 사이에서 우발적으로 시작된 채소 싸움이 기원으로, 이듬해부터 같은 날 토마토를 들고 나오는 전통이 자리잡으면서 오늘날의 축제로 발전했다. 프란시스코 프랑코 독재 정권 시절 금지되기도 했지만 주민들의 열망으로 다시 시작되어 2002년 스페인 관광부로부터 국제 관광 축제로 공식 지정됐다.
축제는 오전 11시 대포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100톤이 넘는 과숙된 토마토가 트럭에 실려 들어오고, 수만 명의 참가자들이 서로를 향해 토마토를 던지며 1~2시간 동안 거리 전체를 붉은 과육으로 물들인다. 던지기 전에 토마토를 살짝 뭉개 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규칙이 있고, 토마토 외의 발사체는 금지된다. 2013년부터는 안전을 위해 티켓제로 운영해 사전 예매가 필수다. 축제가 끝난 뒤 거리는 즉시 물청소가 이루어지고, 참가자들은 부뇰 강에서 몸을 씻는다. 스페인 사람들조차 이 축제를 현지에서는 잘 모른다는 말이 있을 만큼, 라 토마티나는 지역 축제에서 출발해 세계인의 버킷리스트 행사로 성장한 사례다.

일본의 여름 축제 문화에서 하나비(花火, 불꽃놀이)가 차지하는 위치는 특별하다. 하나비라는 단어 자체가 ‘불꽃’이 아니라 ‘불의 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피었다가 사라지는 꽃처럼, 하늘을 수놓았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불꽃에서 일본인들은 무상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낀다. 이 정서는 벚꽃을 즐기는 하나미(花見)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일본에서는 7~8월 한 달에만 수백 개의 하나비 대회가 전국 각지에서 열린다. 그 중 도쿄 스미다가와 하나비타이카이와 오사카 나니와 요도가와 하나비타이카이는 각각 수십만 명의 관람객이 모이는 최대 규모 행사다. 관람객들은 유카타(浴衣)를 입고 강변이나 공원에 자리를 잡아 도시락을 먹으며 하나비를 감상한다. 어떤 자리에 앉느냐, 누구와 함께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이 되는 것이 하나비 관람 문화의 특징이다. 경쟁보다는 감상, 소란보다는 고요한 감탄이 지배하는 이 문화는 보령머드축제나 라 토마티나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여름 축제 경험을 만들어낸다.

보령머드축제·라 토마티나·하나비는 모두 여름에 열리는 축제이지만 그 언어는 전혀 다르다. 보령은 뒤엉킴이고, 부뇰은 해방이며, 일본은 감상이다. 누군가와 함께 진흙 속에서 뒹굴며 유대를 만들거나, 거리를 붉게 물들이며 억눌린 감정을 터뜨리거나, 밤하늘의 불꽃을 조용히 바라보며 한 계절의 무상함을 느끼는 것. 어느 방식도 틀리지 않다. 같은 여름이지만 사람들이 그 계절을 살아내는 방식은 문화만큼이나 다양하다.
[관련글: 강릉단오제 — 천년을 이어온 한국의 여름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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